1. 먼지가 앉는 위치를 바꾸는 보호막
노광 장비는 마스크에 새긴 회로 무늬를 웨이퍼로 옮깁니다. 마스크 표면에 먼지가 붙으면 그 부분도 함께 인쇄돼 칩에 결함이 생길 수 있습니다. 회로 무늬를 담은 이 판이 포토마스크, 또는 레티클입니다.
펠리클은 마스크 표면에서 몇 밀리미터 떨어진 곳에 장착합니다. 먼지가 펠리클에 앉으면 회로 무늬의 초점면에서 벗어나므로 웨이퍼에 선명한 결함으로 찍히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마스크를 보호하면서도 빛이 통과할 길은 남겨 두는 구조입니다.
DUV, 즉 심자외선 노광에서는 오래전부터 펠리클을 써 왔습니다. EUV에서도 필요성은 같지만 막을 만드는 난도가 훨씬 높아졌습니다. 마스크를 보호하려고 덧댄 막이 정작 회로를 찍을 빛을 흡수하기 때문입니다.
관련 근거: [1] ASML — EUV 펠리클 해설 스토리 (2022-09-14)[3] imec — CNT 펠리클 EUV 스캐너 실증 발표 (2020-10-06)
2. 얇아야 빛이 통하고, 뜨거워져도 버텨야 한다
EUV의 파장은 13.5nm입니다. 공기를 포함한 거의 모든 물질이 이 빛을 흡수하므로 장비는 고진공에서 작동합니다. 펠리클도 예외가 아닙니다. 막이 빛을 많이 흡수할수록 웨이퍼까지 도달하는 광량이 줄고 생산성이 떨어집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얇게 만들면 고출력 광원 아래에서 버티기 어렵습니다. ASML이 2022년에 소개한 펠리클은 두께 13nm에 고진공에서 500°C까지 견디도록 설계됐습니다. 머리카락 굵기를 8만~10만 nm로 놓고 계산하면 약 6천~8천분의 1 두께입니다.
빛은 이 얇은 막을 두 번 지납니다. DUV 마스크가 빛을 통과시키는 방식인 데 비해, EUV 마스크는 몰리브덴과 실리콘을 쌓은 다층막으로 빛을 반사합니다. 마스크로 들어갈 때 한 번, 반사돼 나올 때 다시 한 번 펠리클을 통과하는 것입니다. 가령 한 번 지날 때 광량의 90%가 남는 막이라면 두 번 지난 뒤에는 81%가 남습니다. 다른 손실을 제외하고 투과율만 곱한 계산입니다. 펠리클 자료에서 '단일 통과 투과율'이라는 조건을 빼놓으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흡수한 에너지는 열로 남습니다. 고진공에서는 대류 냉각이 거의 없고, 얇은 막을 따라 가장자리로 빠져나가는 열도 제한됩니다. 펠리클이 열을 내보내는 주된 경로는 복사입니다. 따라서 투과율뿐 아니라 방사율도 막이 고온을 견디는 데 영향을 줍니다.
ASML의 개발 이력에도 이 어려움이 드러납니다. 2004년부터 연구한 박막 기술을 펠리클에 적용했고, 2013년 무렵 고객들의 지지를 얻어 2016년 첫 EUV 펠리클을 내놓았습니다. 다결정 실리콘을 여러 기능층으로 감싼 구조였습니다. 하지만 층을 늘리는 방식은 두께와 제조 공정의 복잡성을 함께 키웠습니다. 2019년 초 출시하려던 고투과율 세대는 일정을 맞추지 못했고, 이후 여러 층의 기능을 하나의 복합막에 모은 실리사이드 방식으로 방향을 바꿨습니다.
탄소나노튜브(CNT)를 쓰는 개발도 이어졌습니다. imec은 2020년 10월 전체 노광 필드 크기의 CNT 펠리클을 NXE:3300 장비에 넣어 노광했고, 단일 통과 투과율이 최대 97%였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미지에 미치는 영향은 작고 보정 가능한 수준이었습니다. 600W를 넘는 광원에서도 견디는 펠리클이 당시 개발 목표였습니다.
상용화 일정은 발표 시점을 함께 봐야 합니다. imec과 미쓰이화학은 2023년 12월 협력을 발표하면서 2025~2026년 도입될 고출력 EUV 장비를 겨냥했습니다. 이후 미쓰이화학의 2025년 11월 자료에는 CNT 펠리클이 고객 평가 중이며, 투과율·고출력 대응·수명을 개선한 차세대 제품을 2027년 출시할 계획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앞선 목표 연도만으로 이미 양산에 적용됐다고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관련 근거: [1] ASML — EUV 펠리클 해설 스토리 (2022-09-14)[4] imec — High-NA EUV 리소그래피 해설 (2021-10-04)[3] imec — CNT 펠리클 EUV 스캐너 실증 발표 (2020-10-06)[5] Membranes 12(4) 367 — EUV 펠리클 막의 저항·방사율 연구 (2022)[6] imec — 미쓰이화학과 CNT 펠리클 상용화 협력 발표 (2023-12-14)[7] 미쓰이화학 — CEO 설명자료 (2025-11-26)
3. 6인치 마스크에서 왜 26×33mm만 찍힐까
레티클의 물리적 크기는 6인치×6인치입니다. 마스크의 회로 무늬를 웨이퍼에 그대로 옮기는 것은 아닙니다. 기존 EUV 장비는 가로와 세로를 각각 4분의 1로 줄여 찍습니다. ASML이 밝힌 0.33NA NXE 장비의 최대 노광 필드는 26×33mm입니다. 두 변을 곱한 858mm²는 한 번에 찍을 수 있는 최대 면적이며, 스크라이브 라인 등을 반영한 실제 다이 면적과는 구별해야 합니다. '레티클 크기'라는 말은 마스크 판 규격에도 쓰이지만, 칩·패키징 기사에서 배수나 한계와 함께 쓰일 때는 대개 이 노광 필드를 가리킵니다.
통상적인 단일 노광 다이는 이 필드 안에 들어가야 합니다. 더 큰 칩을 설계할 때는 여러 필드를 이어 찍는 스티칭이나, 다이를 나눠 연결하는 방식 등을 검토합니다. 스티칭에는 정렬과 수율, 생산성 부담이 따릅니다. NVIDIA의 블랙웰은 레티클 한계 크기의 다이 두 개를 초당 10TB의 칩 간 연결로 묶어 하나의 GPU로 구성한 사례입니다.
High-NA EUV는 최대 노광 필드가 이보다 작습니다. 개구수를 0.55로 높이면 마스크에서 그림자 효과가 커지므로 이를 줄이기 위해 마스크 배율을 키웁니다. 그런데 6인치 마스크 규격까지 바꾸면 기존 제조·검사 인프라에 미치는 영향이 큽니다. ASML과 자이스가 택한 방식은 마스크 판은 유지하고, 한 방향은 4배, 스캔 방향은 8배 배율을 쓰는 비대칭 광학계였습니다.
웨이퍼에 같은 길이의 무늬를 찍으려면 스캔 방향의 마스크 패턴을 종전보다 두 배 크게 그려야 합니다. 마스크 판은 그대로이니 한 번에 담을 수 있는 무늬의 범위가 줄고, 웨이퍼의 노광 필드도 절반이 됩니다. 큰 다이에 High-NA를 적용하려면 필드를 이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imec은 2026년 자료에서도 스티칭 구현을 남은 과제로 꼽았습니다.
마스크 배율이 커지면 펠리클과 마스크에 걸리는 에너지 밀도가 낮아지는 이점도 있습니다. 다만 광원 출력까지 높아지면 막이 흡수하는 에너지가 늘 수 있으므로, 배율만 보고 열 문제가 해결됐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High-NA의 장비 도입과 공정 적용 일정은 High-NA EUV 해설 글에서 다룹니다.
관련 근거: [2] ASML — TWINSCAN NXE:3600D 제품 페이지 (2026-09-19 열람)[4] imec — High-NA EUV 리소그래피 해설 (2021-10-04)[8] NVIDIA — 블랙웰 아키텍처 페이지 (2026-09-19 열람)[9] imec — High-NA EUV 도입 과제 해설 (2026-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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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3.3배 레티클' 인터포저는 어떻게 가능한가
TSMC의 CoWoS-S 설명에 나오는 '3.3배 레티클'은 실리콘 인터포저 크기입니다. 여러 다이를 연결하는 인터포저는 노광 필드를 이어 만들 수 있습니다. TSMC는 CoWoS-S에서 최대 3.3배 레티클, 약 2,700mm²의 인터포저를 지원하며 더 큰 규모에는 CoWoS-L이나 CoWoS-R을 권합니다. 같은 기술 페이지에는 2020년 브로드컴과 개발한 2배 레티클 인터포저도 소개돼 있습니다.
26×33mm의 3.3배를 직접 계산하면 약 2,830mm²입니다. TSMC가 적은 약 2,700mm²와 차이가 납니다. 하지만 회사는 이 차이의 산정 근거를 해당 페이지에서 설명하지 않습니다. 정렬 마크나 스티칭 마진 때문이라고 추측해 숫자를 맞추기보다는, 제품을 설명할 때 회사가 함께 제시한 면적을 쓰는 편이 정확합니다.
이후 발표된 규모는 더 커졌습니다. TSMC는 2026년 4월 5.5배 레티클 CoWoS를 생산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14배 레티클 CoWoS는 2028년, 40배 레티클 규모의 SoW-X는 2029년 계획으로 제시했습니다. 이 발표에서 생산 사실로 확인되는 것은 5.5배이고, 나머지 두 수치는 향후 일정입니다. 다이 하나의 크기가 그만큼 커졌다는 뜻으로 읽어서는 안 됩니다.
CoWoS-S·L·R의 구조 차이는 CoWoS 종류별 해설 글에서, 패키지 대형화와 유리기판의 관계는 유리기판·인터포저 해설 글에서 이어 볼 수 있습니다.
관련 근거: [10] TSMC 3DFabric — CoWoS 기술 페이지 (2026-09-19 열람)[11] TSMC — 2026 북미 기술 심포지엄 보도자료 (2026-04-23)
5. 국산 펠리클은 어디까지 왔나
에스앤에스텍과 에프에스티의 공시를 읽을 때는 투자와 납품을 구분해야 합니다. 공장을 짓거나 장비를 들였다는 사실만으로 고객에게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에스앤에스텍의 2026년 5월 분기보고서에는 2020년 6월과 2021년 7월 EUV용 블랭크마스크·펠리클의 기술 개발과 양산을 위한 신규 장비 투자 내역이 나옵니다. 2022~2025년 용인 신규 공장 투자 내역의 총투자예정액은 200억 원입니다. 'EUV 펠리클 사업화를 위한 차세대 박막 공정 기술 개발' 과제는 2019년 12월 수행 완료로 표시돼 있습니다. 연구과제 완료와 생산 인프라 투자는 확인되지만, 이 내역이 펠리클 출하 개시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에프에스티의 2026년 반기보고서는 CNT 펠리클의 고객사 평가와 글로벌 장비사의 양산 인증이 진행 중이라고 명시합니다. EUV 펠리클 시설 투자 기간은 2025년 9월 25일부터 2028년 12월 31일까지로 적었습니다. 고객 평가·장비사 인증이라는 단계가 원문에 등장하는 쪽은 에프에스티입니다. 에스앤에스텍의 앞선 공시에 같은 단계가 적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열람한 두 보고서에서는 EUV 펠리클의 특정 고객 납품 개시나 제품 수주를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인증에 쓰인 장비, 광원 출력, 투과율, 수명 조건도 해당 정기공시에는 제시돼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 자료만으로 어느 회사 제품의 성능이 더 높다거나 양산 공급이 확정됐다고 결론 내리기 어렵습니다.
후속 보도를 볼 때는 '개발', '고객 평가', '장비사 인증', '양산 납품' 중 무엇을 확인한 기사인지부터 살펴보면 됩니다. 성능 비교에는 투과율 수치와 함께 광원 출력, 장비 세대, 수명 조건이 필요합니다. 공시가 밝힌 단계와 보도가 예상하는 시점을 구별하면 국산화의 진행 상황을 과장 없이 파악할 수 있습니다.
자료 확인 기준: 2026-09-19. 기업·연구소의 공개 자료, 펠리클 열 전달 논문, 국내 두 회사의 정기공시를 기준으로 작성했습니다.
관련 근거: [12] 에스앤에스텍 — 분기보고서 (2026-05-14, KIND)[13] 에프에스티 — 반기보고서 (2026-08-14, KIND)
